신혼부부 재무설계: 결혼 후 1년 안에 자산 5천만 원 만들기
결혼식 끝나고 신혼여행 다녀와서 짐 풀고 앉았을 때, 참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이제 진짜 ‘우리’가 됐구나, 싶은 동시에, 앞으로 매달 고정으로 나가는 돈들—전세 대출 이자, 관리비, 보험료, 생활비—생각하니 갑자기 마음이 무거워졌다. 한 달에 얼마나 벌고, 얼마나 쓰고, 얼마를 모을 수 있을까? 괜히 통장 잔고 몇 번을 들여다보게 되더라.
우리는 결혼 전부터 ‘돈’에 대해 꽤 현실적으로 이야기했었다. 각자 얼마를 벌고, 얼마를 쓰는지, 빚은 없는지, 부모님 도움은 어디까지 받을 수 있는지까지. 그래서 결혼 후 1년 안에 자산 5천만 원을 만들자는 목표를 세운 것도 자연스러웠다. 거창한 목표라기보다는, 앞으로 살 집, 아이 계획, 안정적인 삶의 첫 걸음을 위해 필요한 기준선이라고 생각했다.
일단 처음 한 건, ‘공동 자산 계획서’를 만드는 거였다. 거창하게 들릴 수도 있는데, 그냥 노션에 우리 둘의 자산 리스트를 정리한 거다. 전세보증금, 예금 잔고, 청약통장, 퇴직연금, 비상금 통장 등 자산은 자산대로, 그리고 마이너스 통장, 학자금 대출 등 부채는 부채대로 전부 적어봤다. 그걸 바탕으로 ‘순자산’을 계산해보니, 결혼 직후 우리의 순자산은 약 2,200만 원 정도였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매달 얼마씩 모으면 1년 후 5천이 될 수 있을까 계산을 해봤다. 단순히 돈을 ‘모으자’가 아니라, 어떻게 ‘시스
템’을 만들 것인가에 더 집중했다. 그래서 세운 전략은 딱 두 가지였다.
1. 고정지출 줄이기
2. 자동이체로 강제 저축 구조 만들기
먼저 고정지출을 확 줄였다. 우리가 매달 쓰는 돈을 항목별로 다 나눠봤다. 식비, 관리비, 통신비, 교통비, 보험료, 문화생활비 등등. 그리고 각 항목마다 ‘최대 한도’를 정했다. 예를 들어 외식비는 한 달에 25만 원, 커피값은 5만 원, 넷플릭스 같은 구독 서비스는 하나만 유지하기. 조금 유치해 보일 수도 있지만, 소비에 제한을 두니까 신기하게도 통제가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중요한 건, 공동 생활비 통장을 따로 만든 거다. 우리 둘 다 월급날이 다르지만, 각자 월급을 받자마자 일정 금액을 공동 통장으로 이체하도록 했다. 나는 150만 원, 남편은 200만 원. 그렇게 모인 350만 원으로는 월세(전세대출 이자 포함), 식비, 교통비, 공과금, 통신비 등 생활비를 전부 충당했다. 이때 기준은 ‘한 달 안에서 해결 가능할 것’이었다.
그리고 이 공동통장에 연동된 자동이체도 아주 체계적으로 만들었다.
- 월 30만 원: 비상금 통장 (CMA 계좌)
- 월 70만 원: 적금 (6개월짜리, 중간에 깨지지 않도록)
- 월 50만 원: 투자용 통장 (ETF, ISA 계좌)
- 월 20만 원: 여행 적금 (1년짜리)
이렇게 해서 매달 170만 원 정도는 자동으로 빠져나가게 만들었고, 생활비로 쓸 180만 원 정도만 카카오뱅크 체크카드에 연결해뒀다. 신기하게도, 이 구조를 만들고 나니, 돈을 안 쓰는 게 아니라 ‘쓸 돈만 쓰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남편은 주말에 배달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나는 평일 저녁에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키워드 중심으로 수익형 블로그를 운영했고, 초반엔 3만~5만 원이었지만, 몇 개월 지나니 광고 수익이 월 30만 원 수준까지 올라왔다. 남편도 한 달에 50만 원 이상 추가 수입을 벌었다.
그렇게 ‘고정 월급 + 추가 수입 + 강제 저축 구조’가 맞물리면서 6개월쯤 지나니까 눈에 보이는 변화가 생겼다. 통장 잔고도 잔고지만, 돈에 대한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특히 우리 부부의 가장 큰 자산은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된 거였다. 돈 이야기를 터놓고 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상대방 눈치 보이기도 하고, 괜히 기분 상할까 봐 말을 돌릴 때도 많은데, 우리는 ‘매월 마지막 주 일요일’을 가계 리뷰데이로 정했다.
그날은 한 달간의 수입/지출을 함께 리뷰하고, 다음 달 계획을 세운다. ‘이달 식비가 5만 원 초과됐네’, ‘다음 달엔 문화생활비 줄이고 부모님 용돈 더 드리자’ 이런 얘기를 나누는 게 점점 자연스러워졌다.
결혼 1년. 우리의 순자산은 드디어 5,000만 원을 넘겼다. 전세보증금 일부, 예적금 잔고, 퇴직연금, ISA 계좌의 ETF 수익 등등을 포함한 총합이었다. 물론 아직 집을 사거나 큰 투자로 연결되기엔 부족하지만, 중요한 건 ‘우리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5천만 원이라는 목표는 숫자 그 자체보다도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고, 생활을 정리하고,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는 연습이었던 것 같다. 가끔은 친구들과의 술자리도 줄여야 했고, 사고 싶은 것도 미뤘지만, 그 덕에 더 단단한 ‘우리만의 리듬’을 만들 수 있었다.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두렵지 않다. 이미 함께 시작한 1년이, 앞으로의 10년을 바꾸어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결혼. 임신. 육아 꿀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돈내산] 임신테스트기 사용시기와 올바른 사용법 + 꼭 알아야하는 주의사항 (9) | 2025.04.10 |
---|---|
신혼부부 첫 집 계약시 놓치면 후회하는 체크리스트 (0) | 2025.04.06 |
4억짜리 집, 대출로 살 수 있을까? 결혼 앞둔 당신이 꼭 봐야 할 글 (8) | 2025.03.28 |
2025년 결혼 예산, 현실적으로 얼마가 필요할까? (4) | 2025.03.26 |
처음이라 더 중요한 결혼 준비 체크리스트 10가지 (3) | 2025.03.25 |